서로에게 고마운 의사와 환자 관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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허리 굽은 할머니의 인사

"고맙습니다, 선생님."

76세 류마티스 환자분이 진료를 마치고 일어나시며 인사하신다. 허리가 많이 굽으셔서 내 얼굴을 보려면 고개를 한참 들어야 하는 할머니.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받는다.

"아니에요, 제가 고맙습니다."

진심이다. 지난번에 류마티스 약을 줄였는데, 오늘 오셔서는 "좋아졌네요"라며 환하게 웃으셨다. 그래서 약을 조금 더 줄이기로 했다.

'고마운데 누가 고마운 건지....'

할머니가 내게 인사하실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. 할머니는 치료해준 내게 고맙다 하시지만, 사실 나야말로 할머니께 고마운 마음뿐이다. 꾸준히 치료받으시고, 약을 줄여도 잘 견뎌주시고, 좋아졌다고 말씀해주시니.

송구스럽다. 완치시켜드릴 수는 없는 병인데, 평생 약을 드셔야 하는데, 그저 조금 줄여드린 것뿐인데 이렇게 감사해하시니. 오히려 내가 더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다.

진료실을 나가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. 의사와 환자,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간다. 누가 누구에게 더 고마운지 따질 수 없는 이 관계 속에서.

'또 하루 잘한 것 같다.'

할머니 덕분에 오늘도 작은 보람을 느낀다. 약을 줄일 수 있어서가 아니라, 할머니의 "좋아졌네요" 한마디에 나도 덩달아 좋아졌으니까.